참다림에서는 전통적인 후하(後下)방법을 고수하며 지키고 있습니다.

[선전]은 먼저 달여야 하는 약재를 미리 넣어서 끓이기 시작한 후 다른 약재를 넣어 끓이는 방법이고, [후하]는 다른 약재들을 끓이다가 꺼내기 전에 잠시 전탕하는 전통적인 전탕법입니다. 후하하는 약재는 꼭 나중에 짧은 시간 달여야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후하는 꼭 지켜져야 한다고 고집합니다.

아래 사진은 어떻게 하면 후하를 올바르게 잘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설치한 선반입니다. 후하를 한다고 하는 많은 전탕실에서 전통적인 후하 방법을 지키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제대로 된 후하를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집중력이 필요하며 약에 대한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전탕실에서 사용하는 압력식전탕기에서는 압력이 걸려 있기 때문에 시간에 맞춘 올바른 후하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본 처방을 달이는 옹기 바로 위에 후하 하는 약재를 두어 전탕 시간을 체크하면서 후하 시간에 맞추어 약재를 넣어야 정확하고 올바른 후하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후하를 할 수 있는 것은 참다림이 오직 전통 옹기로 약을 달이기 때문이지요.

 

(파란색은 10분전, 빨간색은 30분전 후하 하는 약재를 담는 바구니입니다.)

참다림에서는 약의 성상, 방향성 등에 따라 30분전, 10분전, 바로 전, 세 단계로 나누어서 후하를 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참다림에서 후하하는 약재 목록과 사진입니다.

◇ 30분전 후하 약재

계지 계심 계피 육계 관계 / 다엽 / 대황 / 목향 / 세신 / 조구등 / 초과 / 다엽 / 총백

(계심=계지 대체, 계피 관계=육계 대체)

◇ 10분전 후하 약재

곽향 / 망초 / 박하 / 백두구 / 사인 / 자소엽 / 조청 / 초두구 / 형개

 

◇ 바로전 후하 약재(바로전 후하 약재 관련 내용은 따로 글을 작성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구판교 / 녹각교 / 박하상 / 별갑교 / 여피교 / 용뇌 / 자하거엑스 / 죽력

계지는 약재 겉 부분은 향이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깨물어보면 심 부분으로 갈수록 계지 특유의 향이 입안으로 강하게 퍼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질이 단단하기 때문이지요. 육계는 겉으로 보기에는 쉽게 부러질 것 같지만 손의 힘만으로는 조금도 자를 수 없습니다. 그만큼 단단합니다. 그래서 30분전에 후하를 합니다. 그 이상 오래 끓이게 되면 특유의 향이 많이 약해집니다.

조구등은 혈압강하효과를 가진 성분이 오래 전탕하면 손실되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질이 워낙 단단해서 약재 외형적인 부분에서만 본다면 과연 후하를 해도 시간안에 유효성분이 전출될지 의문이 있습니다. 보통 성분을 분석하는 실험에서는 약재를 분말로 한 후 실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조구등의 후하는 현재 30분전에 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자료를 검토해서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서 연구중입니다.

곽향, 박하, 사인, 형개 등의 방향성이 강한 약재들은 옹기에 달이다보면 향이 서서히 올라오면서 강하게 나다가 어느 순간 향이 점점 사라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전통 옹기에 달이기 때문에 약재의 고유 향기를 달이면서 직접 맡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 향에 따라 10분이라는 시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 향이 약에서 사라지는 것은 고유성분이 손실된다 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짧은 시간 후하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탕한 탕액을 파우치에 보관하게 되는데 한 달 이상 보관하면서 체크하다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향이 옅어지면서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원래 약이 가지고 있던 향이 거의 사라진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의 기미가 살아있는 한 달 안에 약을 드시라고 권해드리는 것이지요. 약의 기미는 약효와 가장 밀접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올바른 전탕문화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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